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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 in Diary/제주도 일기 (Diary in Jeju)

[제주도 생활] 해가 져도 진 것이 아니었다(feat.이호테우해변)

by Luckin 2020. 4. 13.

오늘은 딱히 할 일이 없는 한가한 날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전날에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느꼈던 굴욕감을 잊지 못했는지 한번 더 사진을 찍기 위해 바다로 향했다. 연인들이 최대한 없는 곳을 가려고 노력을 했지만 제주도는 관광으로서 최고의 관광지이기에 많은 연이들이 해수욕장에 몰려들었다. 하필이면 노을이 지는 시간대에 맞춰서 움직였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호 해수욕장에서 제주도의 에메랄드 빛이 감도는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은 달랐다. 연인들이 많았지만 나이가 지긋이 든 노부부들이 많이 계셨다. 이들이 다정하게 사진을 찍으며 나이를 잊은 채 소녀같은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으시는 할머니를 보며 나도 나중에 저렇게 다정하게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옆을 지켜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감기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너무나도 다정한 모습에 나 또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친구와 같이 여행을 온 중년의 아저씨들도 계셨다. 몰래 이야기를 엿들어 보니 그분들의 우정이 20년이 넘은 우정이었던 것 같다. 같은 대학교를 나와 자녀분들도 다 키우시고 그들 만의 우정여행을 하러 제주도까지 온 것 이였다. 정말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갓 20대 후반이 된 나로서는 저 긴 세월동안 지켜진 우정에 대한 값어치가 얼마나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요즘 우리 세대의 청년들은 항상 경쟁을 해야만 했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을 해도 서로의 안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며 지금도 기존에 있던 관계를 유지하기 보다는 서로가 더 맞을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많은 힘을 쏟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그들의 우정은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값진 보물이라 생각한다.

노을이 너무나도 이뻤다. 항상 보던 노을이지만 앞서 봤던 기분 좋은 광경을 보고 난 후 때문인지 해가 져가는 노을이 슬프기보다는 오히려 일출보다 아름답고 힘이 넘치는 듯한 느낌을 들었다. 나에게 있어서 노을이란 힘없이 지는 슬픈 시간이라고 여태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오늘 잘못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여전히 힘이 넘쳤고 해가 지더라도 바다 넘어 지평선에서 올라오는 핑크 빛의 태양빛은 어둡지만 강렬하게 떠있었다. 이 태양은 시간이 다 되어 저물었지만 자신의 힘을 과시하듯 하늘의 있는 별들을 반짝이게 만들어 주었다.

너무나도 값진 시간이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 분명히 억지 일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쩔 것인가? 내가 느꼈던 하루가 그런 것을그저 멍하니 방안에 꽁하니 있던 내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된 하루인데항상 이렇게 좋은 것 만을 알게 되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오늘 있었던 일들은 정말 좋은 교훈이다. 이래서 사진 찍는 것을 포기할 수 없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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