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지고 있다. 계속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이쁨을 뽐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지는 꽃을 보면서 아쉬움이 가득했다. 항상 그랬었다. 항상 꽃을 볼 때에는 사랑을 나누는 커플들을 보며 시기와 질투를 하니 꽃이 보이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가고 성숙해지는 자신을 돌아보면 올해 내가 꽃을 보지 못한 이유는 내 자신 안에 여유가 충분하지 않아서 그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봄에는 벚꽃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유채꽃도 노랗게 피어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는데 그 과시를 내가 안 볼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항상 밖을 나가더라도 카메라는 챙기며 내가 좋아했던 장면 하나하나 그리고 내가 경험했던 기억들을 하나하나 찍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느낀 점이 하나가 있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장면들이 정확한 것이 맞는 것일까? 내가 잘못 기억하여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이 아닐까라는 참 이상한 느낀 점 말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누가 분명히 말했던 기억이 있는데 점점 내가 그러한 행동을 보이고 있어 가끔은 걱정이 되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다니면서 찍었던 사진을 보며 회상을 하는 새로운 방식의 삶을 터득하면서 앞으로는 무언가를 기억할 때 조금 더 편해지고 있지 않은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제주도에서 태어났고 제주도에서 자랐으며 중간중간 해외에서 오랫동안 지내고 돌아온 청년이다. 이 청년이 해외에서 지내고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제주도가 내가 살기에는 가장 적합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분명히 제주도가 내 고향이라는 점 때문에 그러한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제주도는 한국에 있으면서 외국과 같은 곳이라 생각보다 여유가 있고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을 해도 좀 더 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곳이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제주도가 분명히 편하고 좋다. 다만 단점이라고 한다면 제주도에서 지내는 시간이 가끔은 심각하게 지루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내가 어리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인데 밤에 놀러가도 서울만큼 재미있지도 않고 서울만큼 다양한 놀거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주도가 가진 자연이 서울에서 느낄 수 없는 천연 놀이터라는 점이다.
누군가 제주도에서 지내는 삶이 꿈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자신있게 제주도에서 사는 삶은 최고라고 말을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필요한 여유가 있고 제주도는 충분히 그것을 제공을 해준다. 다만 그 사람이 사는 삶의 방식이 제주도와 일치했을 때 가능한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말하고 싶다. 언제까지 옆에 있는 사람에게 치여 살 것이냐고, 언제까지 옆에 있는 사람 눈치를 보며 살 것이냐고, 오직 도시만이 당신들에게 충분한 질적인 삶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냐고 말이다. 욕심을 조금만 줄이면 자신이 온전히 자신으로서 살 수 있는 방식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분명 어떤 이는 “너도 부귀영화 때문에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돈이 아닌 내가 배우고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내 부모님도 바라는 삶이며 나 또한 이렇게 사는 것이 내 바람이다. 어쩌면 돈 낭비일지도 모른다. 허나 이것이 낭비인지 아닌지는 내가 조금 더 살아보면 알 수 있는 답일 것이다.
오늘의 일기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뭐 오늘 하루 딱히 한 것이 없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제주도에 돌아와 지내고 있는 이 삶이 너무나도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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